이글루스 로그인
2006년 01월 19일
[곱씹을말한 글] 신뢰
좋은 글이기에 두고두고 읽어 마음에 기록해두고자 퍼왔습니다.

================================================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대만의 정론지(正論紙)라고 할 수 있는 중국시보(中國時報)를 뒤적이는데... 좀 생각해 볼만한 짧은 글이 한편 실려있기에 번역해 봤습니다.

================================================

십년전, 나는 세 살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미국여행을 갔었다. 당시 친척집에 묵었는데, 친척은 내게 어린이용 자동차 의자 새것을 하나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 법률로는 얘들 차에 태울때 꼭 이거 써야되거든, 근데, 이거 ‘빌린 거’니까 깨끗하게 써야돼.”

2주쯤 후에 나는 양판점에 가서 그 ‘약간 사용한’ 어린이 자동차 의자를 물렀다. 점원은 군 소리 한 마디 없이 전액 돈으로 환불해 주었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친척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해줬다. “미국의 양판점은 영수증만 있으면 2주일안에 뭐든지 돈으로 물릴 수가 있지, 그래서 우리도 종종 여기에서 물건을 빌리고는 해. 어떤 중국 대륙에서 온 사람들은 심지어 텔레비전까지 빌리더라니까! 미국사람들 너무 바보같지 않아? 2주내 무조건 환불이라는게 얼마나 엉성한 제도인지 모르나봐!”


이듬해 나는 일본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대만친구가 나를 맞이해 줬는데, 어딜 가던지 자기 자가용으로 나를 태워다 줬다. 나는 물어봤다. “동경에서 주차하기 어렵지 않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일본정부에서는 주차 자리가 있는 사람에게만 자가용 등록을 허가해 주기 때문에, 동경 시내에 생각만큼 자가용이 많지는 않은 편이야.”
“와! 그럼 너도 주차 자리 산 거야? 무지하게 비싸지?”
“야, 너 어쩜 그렇게 생각하는게 일본사람처럼 멍청하냐. 먼저 주차 자리를 임대한 다음에, 번호표 받고나서, 주차 자리는 다시 물려버리면 되지!”

몇일 후에 이번에는 일본 친구가 나를 대접해 줬다. 교통수단은 지하철 탑승으로 격하(?)되었다. 친구는 미안한 듯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동경에서는 차 사기는 쉬운데, 주차 자리 마련하기가 어려워요. 먼곳에서 온 친구분을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고생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나는 몇일전 대만친구에게 들은 ‘해결책’을 그 일본친구에게 말해줬다. 그런데 의외로 기뻐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법률의 구멍을 찾으려면 곳곳에 있지요. 예를 들어 저같은 경우, 어머니가 시골에 계신데, 일단 호적을 거기로 옮기고 차를 사면 되기는 되지요. 그런데 저는 사실상 동경에 살잖아요, 주차 자리도 없으면서 차를 샀다면 이웃들이 저를 어떻게 보겠어요? 또 저 혼자 자가용을 운전하고 회사에 출근한다면 직상 상사나 동료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죠? 올바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2주내 무조건 환불 제도나 일본의 구멍 투성이 법망, 이 모두가 ‘신뢰’라는 기초 위에서 운영되는 것인 듯 하다. 일단 이 ‘신뢰’가 붕괴하면 사회도 그에 따라 무너지리라.


장패장(莊佩璋)
by 無爲徒食™ | 2006/01/19 19:06 | 雜談,雜談,雜談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elmarit.egloos.com/tb/126425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